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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도 이걸 문명의 후퇴라고 표현했군요
요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책 '신' 1권을 읽고 있습니다. 매일 영상매체만 접하다보니 상상력과 표현력이 고갈되는 것 같아 소설책을 다시 보기로 했죠. 어제 집에 가면서 읽은 내용 중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어 타이핑의 압박과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함께 공유해볼까 합니다.(스크롤 압박을 느끼시는 분들은 굵은 글씨만 보셔도 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신후보생이 된 주인공은 예전에는 정치,사회,문화,경제적으로 번영했지만 이제는 몰락해버린 지구17호 라는 행성을 다시 한번 부흥시켜보라는 과제를 받습니다. 주인공은 행성 원주민들을 관찰하던 중 나이든 노파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행성이 몰락하게 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줍니다.

(전략)

 옛날에는..... 문명이 <민주적>이어서 백여 개의 나라들이 평화롭게 살았지. 그러다가 배타와 금기에 바탕을 둔 종교를 신봉하는 몇몇 국가가 한통속이 되어, 민주적인 가치를 억압하고 자기네 종교의 교리를 강요하기 시작했어.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금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렀어. 그들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죽이고 다른 종교의 사원에 불을 지름으로써 세상에 물의를 일으켰지. 그러더니 저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희편의 온건한 사람들까지 공격했어.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폭탄을 설치해서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시켰어. 그런데 민주주의자들은 그런 맹목적인 폭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줄 몰랐다는구나. 민주적인 가치들을 존중하면서 폭력에 맞서는 길을 찾지 못했던 거지. 그래서 처음에는 눈을 감고 그냥 모른 체했다는 거야. 그러다가 <금하는 사람들>을 우대해 주면서 달래 보려고 했지. 하지만 <금하는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그저 나약함의 증거로 여기고 폭력을 더욱 빈번하게 사용했어. <금하는 사람들>이 기세를 올리면 올릴수록, 민주주의자들은 상대편의 살상 행위를 정당화해주려고 애썼어. 상대편이 폭력을 사용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그 이유를 자기들에게서 찾은 거야. 말하자면 부당하게 매를 맞은 사람이 스스로 맞을 짓을 했다며 반성하는 꼴이었지.
 <금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자들이나 다른 종교의 신자들에 비해 자신감이 강했어. 그게 그들의 장점이었지. 그들은 자기네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고, 그것을 간단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할 줄 알았어. 다른 사람들이 의심과 복잡한 생각에 빠져 살아가고 있을 때, 그들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네 교리와 가치를 대중에게 강요했어. 민주주의자들은 그런 몽매주의가 얼마 가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지.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고 논리와 상식이 통하는 세계에서 그런 것은 곧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낙관한 거야.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금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따름이었지. 특히 진보에 반대하는 자들 사이로 확산되었지. 가장 가난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 운동에 쉽게 휩쓸렸어. 자기들은 가난뱅이로 만든 사회에 대해 복수를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야. 나중에는 지식인 계층마저 이 운동에 오염되었어. 그 가공할 폭력과 단순한 교리에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계획의 한 형태를 발견한 거지.
 민주 국가들은 차례차례 무릎을 꿇고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어. 그들에게 정면으로 맞서기는 커녕 재앙을 중단시킬 방안을 놓고 계속 저희끼리 싸워 대기만 했지. 그러니 무슨 방안이 나왔겠어? 이미 도처에서 공포 정치가 횡행하고 있는데도 저항의 마지막 보루에서는 여전히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지. <금하는 사람들>의 명령은 곧 법이었어. 사람들은 평화를 얻기 위해서 또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자기들의 종교를 버리고, <금하는 사람들>의 도그마를 받아들였어.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순종하고, 남자들은 우두머리에 순종했어. 우두무리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종교가 아닌 다른 것을 통해서 배우거나 자기만의 생각을 갖는 것은 이제 아무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 모두가 정해진 시각에 맞춰 끊임없이 기도를 해야만 했어. 기도를 빼먹는 사람들은 이내 이웃에게 들켜서 고발을 당했지.

(중략)

종교지도자들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몰아냈어. 종교에 저항하는 새로운 수단들이 발명될까 두려웠던 거지. 지식인이다 싶은 사람들은 모두 붙잡아다가 죽도록 고문을 했어. 체제에 반하는 이론을 전파할 만한 사람들의 씨를 말리려고 했던 거야. 그들은 과학도서를 불태우고 자기들의 작품을 제외한 모든 예술 작품을 파괴했어. 의사들도 숱하게 죽임을 당했어. 주술을 부리는 마법사인 데다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게 그 구실이었지. 의사들이 사라지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어. <금하는 사람들>은 여성 교육과 과학기술과 의술을 금지한 데 이어, 여행과 음악과 텔레비전과 책을 금지했어. 심지어는 새들이 지저귀면 기도 시간을 알리는 노래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새들의 노래를 금하기까지 했다는 구나. 그들은 자기들 멋대로 역사를 다시 쓰기도 했고,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공개 처형을 의무적으로 보는 것 말고는 오락을 모두 없애 버렸어. 온 세상에 공포가 만연해 있었지.

원문 : 신 제1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 p.1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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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다사부 | 2009/06/25 11:51 | 천천히 같이 걷기 | 트랙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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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IOSEPH, the .. at 2009/06/26 08:07

제목 : 폭소
베르베르도 이걸 문명의 후퇴라고 표현했군요격한 논조로 현실고발적인 내용의 포스팅을 쓰면서 글의 말미에는 "네티즌의 힘을 보여줍시다" 류의 선동으로 말을 끝맺는 사람이나 자기 비위에 안맞으면 욕먼저 하고 온갖 입에 담지도 못할 저주를 뿜으면서 개거품 무는 사람이야 말로 광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물론 현실이 답답하겠지. 가슴속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원대한 이상이 있고 두뇌는 누구보다 냉철하니까. 그래봤자 비전문적이고 천박하며 미시적인 ......more

Commented by Lain at 2009/06/25 12:29
음... 읽어보고 싶네요, 신.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5 12:30
저도 출퇴근길에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1부만 보았는데.. at 2009/06/25 17:15

유대인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음.


글고.. 프랑스인 베르나르가 지금시대에 까야할건 저딴게 아님

(폭탄만 폭력인가..)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5 23:14
'신'이라는 책에 대한 비평을 하자는게 아니라 책속의 내용이 지금 우리 현실과 많이 비슷해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Commented by 다복솔군 at 2009/06/25 18:43
0_0 여하튼... 안타깝게도 21세기란 이름이 무색하게 광신주의들이 활개치는건 슬픈 사실입니다. 다만... 왠지 반이슬람적 느낌이 드는 것도 배재할 수는 없는 - -;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5 23:17
아직 내용을 다 보지 못해서 이것이 이슬람교를 향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오히려 기독교원리주의에 대한 내용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
Commented by asdf at 2009/06/25 22:08
인용된 저 내용은 이슬람 문명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과 공포를 반영하거나 내지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5 23:19
극과극은 통한다고 이슬람원리주의나 기독교원리주의나 하는 짓은 거기서거기인 것 같습니다. 베르베르는 이슬람교를 생각하고 그렇게 썼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이걸 인용한 의도는 이슬람교는 아니었습니다 ^^
Commented by 지나가설라무네 at 2009/06/25 22:54
베르베르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종교평화운동에 한 번만 참석해봤어도 저런 순진한 논리는 안 펼쳤을텐데 말이죠. 책상머리에 앉아서 뭔들 못 쓰겠습니까.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5 23:21
위에 제가 올린 답글로 갈음하면 되겠죠~ 제가 저 부분을 인용한 의도는 제가 단 태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
Commented by pientia at 2009/06/26 00:17
지금 4권 읽고 5권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1권 내용을 벌써 까먹었는지 위의 글이 기억이 안나네요.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
Commented by Vessle at 2009/06/26 01:34
전 그래서 다 나오면 읽으렵니다(...)
Commented by TN at 2009/06/26 09:33
베르나르는 서양의 르네상스 이전의 종교가 절대적 가치관이었던 시대와 로마시대의 시대상 그리고 이슬람 국가의 종교 절대주의에 의한 비극을 적절하게 버무려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로대통령이나 기독교 절대주의까지 이 내용을 끌고 오는 것은 부분을 확대 해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베르나르의 글에 적혀있는 억압이 현실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추종하는 것, 남자와 여자 권력구조, 예술과 과학, 의술의 탄압의 부분이 과연 현재 현실과 연관지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6 11:47
TN님 말씀대로 베르베르가 묘사했던 상황과 지금 상황이 1:1 매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수단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가카님과 그 주위 사람들이 가진 가치관이 현재의 공포정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 내용을 가져 온 것은 다른 한쪽을 포용하지 못하는 "극단주의"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험한 것인지를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Commented by TN at 2009/06/27 00:44
예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장로대통령 그리고 기독교 원리주의 태그를 달았다는 것에 조금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를 앞세워서 신정주의 정치를 하고 있냐는 것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글과 태그를 연결시키는 것보다 왜 이 태그와 글을 연결시켰는지 생각도 덧붙여 적어주시는 것이 민감한 사항에 대한 올바른 생각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베르나르의 팬으로서 '신'을 아직 못 읽었는데 흥미를 가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8 01:02
이부분에서도 TN님과 밑의 J_Square님이 지적하신대로 저의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먼저 죄송하단 말씀 드려야 겠군요. 저도 가카가 신정주의 정치를 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만 그런 종교관이 아마 그의 가치관이나 현재의 국정이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합니다. 날라리 신자긴 하지만 저도 기독교인이긴 합니다. 교회를 마지막으로 갔던게 2007년 12월 초네요. 담임목사가 장로대통령 꼭 만들자고 선거운동 하기 전까지입니다 ^^
Commented by J_Square at 2009/06/27 13:04
뉘앙스는 비슷하지만, 그러니까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신'에서의 현상과 현재 대한민국의 현상은 전혀 다릅니다. 그 부분이 본문에 언급되어야 오해가 없겠지요. 단순히 본문의 인용만으로는 윗분 말씀처럼 오해를 낳습니다.
Commented by 요다사부 at 2009/06/28 01:06
옛날 국어시간에 배운 것 처럼 비유법이 직유법과 은유법이 있듯이 저는 구구절절한 설명은 빼고 읽으시는 분들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현상과 책의 내용을 적절히 연관지어 생각하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다보니 위에 댓글들에서 지적된 오해가 생기기도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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